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29일

책이야기 2018/09/29 10:37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29일

흑백 사진, 밖으로 드러나 빛이 닿은 곳과 안으로 깊어져 빛이 닿지 않는 그 웅숭한 깊이. 흑백 사진은 그 거리가 아득해서 오히려 다르지 않은 차이를 드러내며 이야기를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무주 가는 길>도 그렇습니다. 작가의 바람처럼 순서 없이 호흡을 멈춘 자리에서 사진을 보고 글을 읽습니다. 또 호흡이 멈춰지는 다른 책이 앞에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라는 제목보다 저자 이름 '정혜신'이 먼저 눈에 들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 스치며 인사를 나눴던 그의 표정이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표정을 문장으로 말하자면 '편하게 말씀하세요. 저야 뭐 없는 듯 듣겠습니다.' 쯤으로 들렸습니다. 순정한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몇발자국 떨어져서 또 다른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가능하고 치유는 그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그는 믿습니다. 그 믿음이 있기에 삶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곁을 지켰고, 어처구니없게도 아이들을 바다에 묻게 된 유가족들의 슬픈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정혜신/ 창비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은 1부와 2부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먼저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1부요, 이야기를 한 후의 마음에 대해 말하는 것이 2부라고 합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1부와는 전혀 다른 2부의 또 다른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와 또 다른 나 사이에 생긴 그 거리가, 그 공간이 바로 치유의 가능성을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누군가의 고통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털어놓는 이 스스로 치유의 가능성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상무주 가는 길> 김홍희/ 불광출판사

작가는 사진이 글을 보조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진과 글이 제 할 노릇을 하면서 같은 자리에"있으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 사이, 길과 길 없는 길 사이" 더 이상 갈 수 없는 가장 높고 고귀한 곳, 그곳이 바로 상무주(上無住)랍니다.

#책소개 #죽음이라는이별앞에서 #상무주가는길 #정혜신 #창비 #불광출판사 #충주서점 #청주서점 #책이있는글터 #꿈꾸는책방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28일

책이야기 2018/09/28 12:12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28일

누군가의 죽음을 조문하러 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마침내 삶을 완성한 그의 행적을 돌아보곤 합니다. 절정에서 마감할 수 없는 것이 생명이라면 어느 시점에서는 초라해지고 누추해지는 것도 삶의 일부이겠네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뻔뻔하게 오늘을 견디고 있습니다. ㅎㅎ 머물지 않는 것이 생명이고, 무엇이라 규정될 수 없는 것이 생명의 본질이라면 그 옛날 노자의 첫 문장은 대단한 통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 노회찬/ 창비

삶은 어제 완성되는가? 살아서는 아니겠지요. 삶에 대한 평가와 최종 마무리는 아무래도 삶을 마감한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라 삶은 더 무겁고, 더 두려운 것 아닐까요. 더는 수정 불가능한 지경이 되어야 비로소 일정한 형태로 마감되는 것이 삶이고 생명의 본질이라면 '노회찬' 그는 이제 삶을 완성한 것일까요. 우리의 마음속에 그는 어떤 모습으로 새겨졌을까. 노란 표지 아래 흑백 사진으로 그가 웃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2월 20일 창비에서 주최한 '지혜의 시대' 강연 육성을 담았습니다.

#노회찬 #지혜의시대 #창비 #책이있는글터 #꿈꾸는책방 #신간소개 #충주서점 #청주서점 #우리가꿈꾸는나라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20일

책이야기 2018/09/20 12:12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20일

불안의 근원은 '의도되지 않은 삶' 즉, 생명이 '목적 없이' 주어진 '우연'의 결과 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있는지 모릅니다. 신의 주도면밀한 의도가 아닌 혼돈 중에 우연히 주어진 어떤 기회에서 생명이 비롯되었나니 맙소사! 헉! 종교는 그런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었겠지요. 그렇다면 무종교인의 '종교 없는 삶'은 여전히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까요? 무종교 문화와 종교 없는 사람들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필 주커먼의 생각은 단호해 보입니다. "불안으로부터 나는 자유로워졌다." 무종교인들은 "신보다는 인류에 대한 희망을, 권위에 대한 복종보다는 생각의 자유를, 지금 여기에서 느껴지는 삶의 경이로움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긴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종교 없는 삶> 필 주커먼/ 판미동

잘 알려진 종교학자 오강남 선생은 추천의 글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종교와 상관없이 사는 이들에겐 가히 필독서"가 될 것이며, "종교 없이 사는 삶이 가져다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훌륭하게 부각하고 있다"며 권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 아니라 삶을 진지하게 통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8일

책이야기 2018/09/19 08:28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8일

제게 동아시아 출판사의 책은 언제나 '믿고 보는 출판사의 책'이기도 합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에서 때론 경계를 허물고 때론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저자들에게 대중의 언어를 사용하도록 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합니다. 이번 책은 사회 변화의 방향과 맥락을 잘 짚어 보여준 인문학자 김경집 선생의 통찰력을 담은 책입니다.

<김경집의 통찰력 강의> 김경집/ 동아시아

"진리는 없다. 해석이 있을 뿐이다"라는 니체의 판단을 존중하는 편입니다. "이 책에서 던지는 화두는 정답이 아니라 물음이다. 보편성과 합리성이라는 견고한 옹성을 깨뜨리고 도발하며 다른 길도 찾아"보자는 김경집 선생의 제안이 솔깃합니다. 어쩌면 인간의 보폭과 속도가 "도발하며 다른 길도 찾아"나서는 걸음에 있으리라 믿습니다. 보편과 합리, 혹은 효율이라는 그물이 너무 촘촘해서 '틀린 답'이 더 큰 위로가 됩니다.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2일

책이야기 2018/09/12 10:40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2일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에 이렇게 많은 역사가 담겨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최초의 놀이터는 어떻게 보호와 치유 공간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놀이터는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인지, 우리의 학교 운동장은 왜 군부대 연병장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일지 등등 놀이와 놀이터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을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험 놀이터라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마을이 함께 만드는 모험 놀이터> 김성원/ 빨간소금

천편일률적인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놀이기구라면 부모는 안전을 걱정하게 됩니다. '재미와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대안으로' 저자는 '모험 놀이터'를 제안합니다. 그는 적정기술 활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표준화되고 상업화된 놀이터는 아이들의 재미보다는 사업가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마을이, 시민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모험 놀이터 아자!!!

#신간소개 #놀이터 #모험놀이터 #마을공동체 #책이있는글터 #꿈꾸는책방 #충주서점 #청주서점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1일

책이야기 2018/09/11 11:42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1일 .

서른 후반 아이 딸린 이혼녀의 사이다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도 되었지요. 정태춘, 박은옥의 딸로 태어난 것이 이제는 짐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 서른일곱이 되어서야 33살에 결혼하고, 34살에 딸을 낳고, 35살에 이혼한 이력이 명쾌하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니 앞으로 그녀의 삶이 밝고 따뜻한 것이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독하지 않았으면 싶네요. .

<러키 서른 쎄븐> 정새난슬/ 한겨레출판 .

그녀의 상상 속에서 서른일곱의 나이는 '찬란한 휴가가 끝난 휴양지에 버려진 튜브 같은 나이'였다. '청년의 날카로움과 빛을 잃은' 서른 후반은 '불안한 나이로 상상되었다. 이제 서른 일곱이 된 그녀는 다시 상상한다. 서른 초반에 치른 고통과 격정의 삶이 다른 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초라하게 쪼그라든 '나를 복원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달은 그가 내놓은 일성이 이렇다. '삶을 살아가기에 불길한 나이는 없다.' .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0일

책이야기 2018/09/10 16:06   by 글터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국현대사의 장면들을 차분히 되새겨 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고 무딘 날로도 부끄럼없이 나섰던 그 무모함에 대한 성찰과 함께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도 혹독하고 진지하고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겠지요. 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을 담은 이 대담집이 그런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

<이 땅에 정의를> 한인섭 대담/ 창비 .

1974년 민청학련과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이 잇달아 일어나고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은 무효라고 선언하자 박정희정부는 지학순 주교에게 내란음모죄를 씌워 옥에 가둔다. 정권의 포악함에 맞서 함세웅, 문정현 등 청년 사제들은 성당 안의 성직자가 아닌 거리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정의구현사제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정의구현사제단과 함세웅 신부는 가톨릭의 근본정신을 지켜내고 소외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민중의 사제로서의 삶을 지킨다. 그의 삶은 격동의 한국현대사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