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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6 [글터] 가볍게 영화봤습니다. (2)
  2. 2007/02/03 [글터] 음악감상실 유감 (1)

가볍게 영화봤습니다.

도란도란이야기 2007/06/16 19:19   by 글터

오픈된 서점의 지하매장에서 보기엔 결코 짧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천상의 소녀>>. 텔레반 정권 하에서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결말을 짓지 않고 끝나는 마지막 장면으로부터 이어질 영화적  상상력 보다는 전쟁의 폐해가, 남녀차별의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한 소녀의 일상을 파괴해가는지를 목격해가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인문학적 반성의 여지가 더 커보입니다.

영화 상영을 위한 전용공간이 아닌 오픈 매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으로 인해 다소 번잡스럽고 수선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도, 영화에 집중하는 몇몇 사람들의 진지함이 있어서 실패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영화 선택에 있어서 좀더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겠다는 반성이 들기는 했지만, "가볍게 영화보기"를 이어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1시간 30분 정도 지하매장에서의 매출을 포기해야했지만, 영화 관람 후에 제값을 다 치르고도 손해봤다는 불쾌한 감정없이 자랑스럽게 책을 사가는  분들을 보면서 역시 책이있는 글터 서점의 장사수단이 대단하구나 싶었습니다. 이만하면 제법 책장사 답지요?(^.^)

함께 해주셨던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노근리 문학답사에서도 뵙겠습니다.

음악감상실 유감

도란도란이야기 2007/02/03 12:31   by 글터

우리 서점엔 다른 곳에 없는 좋은 공간이 있습니다.
제법 값이 나가는 진공관에 음질이 좋은 스피커까지 갖춘 음악감상실이 그 곳입니다.

우리 손으로 시설을 직접했기 때문에 여기저기 허술해보이기는 해도 남다른 애정이 가는 공간이지요.
여기서 독서모임이 진행되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 관심 분야의 음악을 함께 감상하기도 합니다.
또한, 매주 금요일이면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 작은 감상회를 정기적으로 열기도 합니다.
이따금씩 업무에 지친 이들이 찾아와 지그시 눈 감고 기대어 선율과 함께 쉬어가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곳이지요.

어제는 매주 금요일이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작은음악감상회를 진행해주는 분이 손수 빗자루를 들고 음악실 청소도 하고, 흐트러지거나 망가진 기계를 손보고 있더군요. 그런데 상황을 보니 너무 심하다 싶네요.

진공관의 파손도 막고 열이 많이 나는 진공관에 손이 데이는 사고도 막을 겸해서 덮어둔 덮개는 심하게 파손이 되어 있고, 스피커 다리는 부러져 있고, 철로 만든 스피커 보호망은 부서져 너저분하고 등등...

물론 빈틈없이 관리하지 못한 서점의 책임을 비켜가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든 편하게 사용하고 즐거움을 누리라고 만들어둔 공간을 시시콜콜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이 옳지는 않아보여 가급적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두었는데, 이쯤되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얼마전엔 음악실 정리를 하다가 구석에서 와인병과 잔을 주워들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게 되더군요. 누군가 조용한 시간에 선 굵은 음반 하나를 걸어두고 은밀히 와인 한 잔을 즐기고 갔을 생각을 하면 저 역시 그 은밀한 행복감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이 공간은 크고 작은 아이들도 쉼없이 들락달락 거리는 곳이라 언제 병이 깨지고 잔이 나뒹굴어 아수라장이 될지 모르는 곳이라 치워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차라리 매장에 이야기를 해두고 보관을 부탁하면 필요할때 내주어도 될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일이었습니다.

파손된 기계를 빼고, 보충해서 다시 정돈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편하게 쓰시라고 놓아 두었습니다.
오래도록 자유롭고 편하게 쓰시라고 ...
정말 오래도록 즐기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