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1일

책이야기 2018/09/11 11:42   by 글터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1일 .

서른 후반 아이 딸린 이혼녀의 사이다 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올 때도 되었지요. 정태춘, 박은옥의 딸로 태어난 것이 이제는 짐이 되지 않는 듯합니다. 서른일곱이 되어서야 33살에 결혼하고, 34살에 딸을 낳고, 35살에 이혼한 이력이 명쾌하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다니 앞으로 그녀의 삶이 밝고 따뜻한 것이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독하지 않았으면 싶네요. .

<러키 서른 쎄븐> 정새난슬/ 한겨레출판 .

그녀의 상상 속에서 서른일곱의 나이는 '찬란한 휴가가 끝난 휴양지에 버려진 튜브 같은 나이'였다. '청년의 날카로움과 빛을 잃은' 서른 후반은 '불안한 나이로 상상되었다. 이제 서른 일곱이 된 그녀는 다시 상상한다. 서른 초반에 치른 고통과 격정의 삶이 다른 이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초라하게 쪼그라든 '나를 복원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달은 그가 내놓은 일성이 이렇다. '삶을 살아가기에 불길한 나이는 없다.' .

오늘의 신간 : 2018년 9월 10일

책이야기 2018/09/10 16:06   by 글터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한국현대사의 장면들을 차분히 되새겨 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고 무딘 날로도 부끄럼없이 나섰던 그 무모함에 대한 성찰과 함께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도 혹독하고 진지하고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하겠지요. 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을 담은 이 대담집이 그런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

<이 땅에 정의를> 한인섭 대담/ 창비 .

1974년 민청학련과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이 잇달아 일어나고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은 무효라고 선언하자 박정희정부는 지학순 주교에게 내란음모죄를 씌워 옥에 가둔다. 정권의 포악함에 맞서 함세웅, 문정현 등 청년 사제들은 성당 안의 성직자가 아닌 거리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정의구현사제단을 출범시켰다. 이후 정의구현사제단과 함세웅 신부는 가톨릭의 근본정신을 지켜내고 소외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민중의 사제로서의 삶을 지킨다. 그의 삶은 격동의 한국현대사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모리스 샌닥, 글 그림, 2~5세, 1964년 칼데콧 수상 작품.


  요즘 온조는 잠들기 전, 3권의 책을 들고 온다.

  밤이 늦도록 잠 잘 생각을 안 하고 버티는 우리의 온조에게, ‘산양 올 시간이다 불 끄고 자야겠다.’고 하면, 잠시 뚱한 표정이 되었다가 책을 고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뽑아 오는 책들은, 순전히 자기 맘이다.


  요즘 뽑아오는 책들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선택’ 받는 책 중 하나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아이가 늑대 옷을 입고 엄마한테 장난을 친다.

  엄마는 그렇게 장난치면 괴물이 된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아이는 오히려 ‘그럼 엄마를 잡아 먹어야겠다’ 라고 한 술 더 뜬다.

  당연히(?) 엄마는 아이를 아이 방에 가두고, 아이는 그러나 오히려 더 큰 세상을 발견한다. 아이의 방은 나무가 자라고, 숲이 우거지고, 바다가 펼쳐진다. 아이는 배를 타고 머나먼 길을 떠나 괴물들의 나라에 도착하니, 그곳은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우글대는 섬.

  괴물들이 아이에게 ‘무섭지?’라는 표정으로 달겨들지만, 아이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괴물들을 협박한다. ‘내가 더 무서운 괴물이다’ 라고.

  당연히(?) 괴물들은 아이를 괴물 중의 괴물, 괴물들의 왕으로 대접한다. 아이는 괴물들과 행복한 괴물놀이에 빠지고, 날은 저문다. 시간이 흘러, 배가 고파지고, 집 생각이 난 아이는 괴물들에게 ‘괴물 중의 괴물’ 노릇을 포기한다고 선언한다. 괴물들은 아이에게 매달려, 제발 가지 말라고 가랑이를 붙들고, 떠나면 잡아먹겠다고 협박까지 하지만, 아이는 떠난다. 왜? 배가 고프니까.

다시 일년하고도 석 달 그리고, 며칠이 걸려 배를 타고 온 곳은, 조금 전(?) 엄마로부터 감금당한 아이의 방.

방 문을 여니, 엄마가 차려놓은 밥이 오랜(?) 여정을 끝낸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모락모락 김을 피어올리며...


아이들의 판타지를 이처럼 제대로 표현해낸 그림책도 드물다.

1960년대 미국에서 출판되었을 당시, 미국 그림책 전문가들이 아이들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평판도 있었으나, 1년만에 잠재웠다.

칼데콧상이라는 최고의 상까지 덥석 안겨줄만큼 출판하자마자 아이들이 이 책에 환호하고, 즐거워했다는 후문.

물론, 요즘 아이들도 이 책. 무지하게 좋아한다.

 


지각대장 존

        - 존 버닝햄, 글 그림, 2~5세, 비룡소



올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온조.

처음엔 부모의 영향(?)으로 지각도 안하고, 결석도 안 했다.

밤 9시면 잠자리에 들었고, 늦어도 아침 8시에는 일어나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했으니, 지각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활 패턴이 뒤죽박죽이 되더니, (이것 역시 부모의 영향으로 -.-;;)

졸린 눈 비벼가며, 기차 놀이를 하겠다는등, 딱 한번만 오리기 놀이를 하겠다는 등, 밤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버티다가, 늦게 일어나 지각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9시에 어린이집 차(일명 사자버스라고 우린, 부른다)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는데,

사자버스는 늘 지나간 후였고, 허겁지겁 온조를 어린이집까지 직접 태워다주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우리 온조는 ‘지각대장 온조’가 되어 버렸다.


이름 앞에 ‘지각대장’ 이라는 별명이 붙는 일은, 참 곤란한 일이다.

갖가지 지각의 변명이 있다.

아파서, 늦잠을 자서, 아침에 차가 밀려서, 흙탕물에 빠져서, 잊은 물건이 있어서 다시 집에 갔다 오느라고, ...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라는 다소 길고 우스꽝스런 이름의 주인공이 나오는‘지각대장 존’은, 정말이지 지각의 변명이 터무니없기 이를 데 없다.


“하수구에서 악어가 튀어나와 가방을 물고 놓치를 않아서, 덤불에서 사자가 튀어나와 바지를 물어뜯어서, 엄청나게 큰 파도가 덮쳐서, 등등...”

지각한 학생이 이런 변명을 늘어 놓는다면,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연이어서 며칠을 그렇게 한다면, 선생님의 반응은?

뻔~ 하다.

‘지각대장 존’에 나오는 선생님도 뻔~ 한 반응을 보이고,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다시는 지각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지는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를 수백번 반복해서 써야 하는 반성문을 쓴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존은 지각을 한다. 계속해서 악어가 사자가 집채만한 파도가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를 덮치니까...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로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에게 매일 일어나는 일이니까...


결론은?

결론이야말로, 이 그림책의 백미다.

역지사지.

‘도와달라’는 선생님에게, ‘우리 학교에 커다란 고릴라 따위는 살고 있지 않아요.’ 라고 말하는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의 일갈이 아이에게, 아이에게 ‘지각대장 존’을 읽어주는 부모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준다.



# Tip

- 존 버닝햄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데려다 놓아도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는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완강히 자신을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는, 관습을 거스르는 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기로 유명한 닐 섬머힐 학교를 다녔다. 미술 공부는 런던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에서 했는데, 거기서 헬린 옥슨버리를 만나 1964년에 혼인하게 되었다.

같은 해에 첫 그림책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상을 수상했다. 1971년에는 <검피 아저씨의 외출>로, 영국에서 그 해의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주는 상인 케이트 그린 어웨이상을 받았다. 그 밖에도 <우리 할아버지>, <코트니>등 많은 작품이 있다. 헬린 옥슨버리도 남편의 영향을 받아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해서,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이 되었다. 버닝햄은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찰스 키핑과 더불어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글터-이종렬

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책이야기 2006/10/28 10:30   by 글터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책의 부제로 달린 말이다. 당대가 마주친 과제에 대해 지식인의 원대한 뜻과 책략을 묻는 엄중함과 비장감이 배어 있다.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는 조선시대 과거시험 최종 관문에서 선비들이 왕의 질문인 ‘책문’에 답한 ‘대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결코 단순한 시험 문제와 정답으로 읽히지 않는다. 질문에는 왕의 깊은 고뇌가 들어 있고, 대책에는 피를 토하는 직언과 묵직한 정론이 펄떡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오랜 전란으로 민중의 삶이 피폐해지고 나라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광해군이 묻는다. “내가 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성급하게 추진하기만 해서 그런가? 아니면 나라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인가? 폐단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상세히 말해 보라.”

이에 조위한은 고전에 비추어 정치의 원칙을 말하고, 고금의 역사에서 잘잘못의 사례를 들고, 처참한 현실을 낱낱이 밝힌 뒤 방책을 내놓는다. 그런데 대책의 곳곳에서 “전하의 근심거리는 남북의 국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궐의 담장 안에 있는 것 같다” 하고, 세금을 줄이라는 임금의 교시가 소용없다면서 “백성을 사랑하겠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그것이 겉만 번지르르한 문구에 지나지 않음”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왕의 질문에는 지식을 시험하려는 협량한 의도보다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대국적 의식이 깔려 있다. 선비의 대책에는 “도끼에 맞아 죽을 각오”로 자신의 뜻을 남김 없이 밝히는 기개가 넘친다. 이렇듯 책문에서는 질문자와 응답자 사이의 상호 인정 없이는 불가능한 대등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비록 훗날에 폐단이 생기긴 했지만 오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높은 수준의 민주적 소통 체계가 작동되고 있다. 인터넷 댓글 정치가 민주주의로 위장된 우리 시대의 가벼움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책문은 현대가 항상 우월하다는 우리의 선입관을 깨는 통시성이 있다.

그뿐 아니라 책문에는 실천적인 인문 정신이 살아 있다. 정치, 외교, 국방, 행정, 인사, 교육,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을 포괄하는 주제가 제시되고, 역사와 철학과 문학의 고전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정론이 있다. 그렇다고 책문은 박학다식한 지식을 보여 주는 체계는 결코 아니다. 주체적인 한 인격이 시대 상황에 대응하는 문제의식을 치열한 언어로 토해낸 작품들이다. 여기서 그람시의 ‘유기적 지식인’, 사르트르의 ‘실천적 지식인’과 비견되는 동양적 이상으로서 ‘전인적 지식인’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사회 곳곳에서 인재가 고갈되었다는 소리가 높다. 이런 점에서 책문은 시대가 요구하는 참된 인재를 구하는 정부나 대학이 국가고시나 대학 교육을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전범으로서 읽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동아일보)

  <홍문국 논술이데아 연구기획실장>- 소나무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