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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서점이야기 2006/10/27 20:15   by 글터
 


글터의 매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지층과 1층을 합해 150평) 진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적어도 300평 규모는 되어야 책의 분류를 자유롭게 하여 제 위치에 놓아 둘 엄두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매장은 그 절반 밖에 되지 않으니 진열이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 책의 진열 방식을  관리자 중심에서 책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전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던 시절부터 대부분의 서점에서는 재고나 판매의 유무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관리자 중심의 진열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진열방식으로는 그 책의 객관적 위치를 잘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관리의 편의성은 이미 서점관리프로그램이 진화하면서 데이터 상으로 쉽게 보여 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책은 학문적 유사성 또는 연관성 아래서 다른 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책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책이 속해있는 분류의 다른 책들과 함께 진열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저는 이 말을 "서고 스스로가 자신을 표현하도록 하라"라고 합니다. 연관성 있는 다른 책들과 나란히 있을 때 속해있는 분류의 현재 학문적 지형도를 보여줄 수도 있고, 또 그 지형 속에서 자신의 객관적 위치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서점에 오는 독자들은 서점 관계자들 보다 자신의 관심 분야의 학문적 지형에 익숙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예전의 진열 방식으로는 관심 분야의 지형 변화를 잘 읽어낼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합당한 책들은 불러 모아 보여 주기에 적당한 서가를 새로 짜야 겠다는 생각에는 이런 고민과 욕심들이 숨어 있습니다.


평대 형식이 베스트셀러를 판매하는 데는 적합할 지 모르겠지만, 주제별 진열에는 오히려 산만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진열 공간이 적어서도 평대 진열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벽서가의 모양과 평대의 기능을 조금이라도 담당할 만한 서가를 고민 중입니다.


이번에 만든 서가는 아직 확정된 형태의 것은 아닙니다. 아직 목공기계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각한 바를 서가의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에도 서툴기에 벌써부터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이 눈에 띕니다. 우선은 만들기에 편한 쪽을 택해 실험 삼아 만든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래도 24mm 집성판재를 재단하고 루터기로 면치기를 하고, 조립하고 칠하고 하는 과정 내내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과정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행복과 책과 서점에 대한 애정을 어찌 값어치로 셈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