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10/30 [글터] 그 서점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한겨레21
어느새 인터넷 서점에 익숙해진 탓에 정말 오랜만의 서점 나들이였다. 쭈뼛거리며 서점문을 열었을 때 아련히 풍겨나는 종이냄새가 아니었더라면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를 일. 아마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던 사람들도 향기에 이끌려 이곳을 찾아온 게 아닐까

가방에 책 몇권 넣고 다니며 책을 빌려주는 일로 시작해 서점간판을 내건 지 올해로 10년됐다는 ‘책이 있는 글터’ 이연호 사장.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베스트셀러가 좌지우지되는 작금의 현실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더니 “그나마 책을 접할 통로를 만들어주었으니 고맙고, 착한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따뜻한 것을 원하는 독자와 출판사의 상업적 판단이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라며 기왕이면 현실반영보다는 앞을 내다보고 이끌어가는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단다. 그렇다면 진보주간지를 표방하는 <한겨레21>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베트남 문제를 다뤄주는 거나 사회의 건강성을 찾아주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점이 맘에 든다며, 언론에서 문화의 획일성만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역곳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문화를 발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말끝에 <한겨레21>이 이 서점에서 제일 잘나가는 주간지라고 슬쩍 웃어넘기더니, 도서정가제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목소리가 높아진다. “타격을 받는 건 사실이다. 독립서점들은 가격인하를 앞세우는 인터넷 서점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서점이 완결된 텍스트의 전달이 아니라 책의 향기를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들이 떠난 것”이라며 서점주들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라면 이연호 사장에겐 할말이 있을 것 같다.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도서정보를 제공해왔고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열일곱번에 걸쳐 소식지를 만들어 독자들과 만나왔다. ‘안 되는 장사목’이라는 출판사들의 우려에도 95% 고정고객들에 의해 유지되는 것만 보더라도 ‘책이 있는 글터’는 나름대로 향기를 갖고 있는 게 아닐까

국문학도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예를 무기로 살겠다던 청년시절의 꿈은 이제 서점 경영에서 서점 이름을 내건 문화제로, 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4만여권의 책을 전시 대여할 시민도서관을 여는 것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다. 물론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른바 ‘선한 연대’를 통해 서점을 독자들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통로로 만들어가겠다고 한다.

인터뷰를 끝내고 일어서는데 등 뒤에 있던 녹차 다구와 “차 끓일 물 주세요”라고 외쳐달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물은 셀프입니다”라는 말보다 얼마나 인간적인가. 눅눅한 종이냄새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 그런 행복감이야말로 동네 서점만이 제공할 수 있는 특별 서비스가 아닐는지. (2002-12)

이윤영/ 5기 독자편집위원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