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나이트, 2018

 


요즘 유행하는 것들 중 타인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역시 MBTI일 텐데, 그중 당신이 극렬한 I 성향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다들 꿈꿀 만한 저녁 밤이 있다. 친한 친구들과 한 집에 모여서, 하룻밤 내내 밤을 지새우며 게임을 하는 일. 곁들이는 건 맥주와 나초. 이런 시간을 누구나 꿈꾸지. <게임 나이트>도 시작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평범할 것 같기만 하던 그 날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튀어 나간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디까지 갔던 간에 여전히 재미있으니. 결국 이 하룻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얼렁뚱땅 데굴데굴 왁자지껄의 재미 아니겠는가. 

그래놓고 너무 단점부터 말해 좀 웃기긴 한데, 결과적으로 두고 보면 영화의 얼개가 조금 헐거운 것은 아쉽다. '게임 나이트'를 소재로 오해하게 된 도입부가 조금 빠르게 해소됨. 주인공들이 적어도 중반 조금 넘어서까지는 이 모든 게 여전히 다 게임 아닌가-하며 오해의 스탠스를 좀 더 쭉 끌고 갔으면 영화의 컨셉과도 더 맞아떨어지고 좋았을 것. 하지만 꼬투리 잡기일 뿐, 전반적으로 영화는 딱 게임 나이트만큼 재미있다. 그러니까 맥주랑 나초를 곁들이며 친구들과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란 말. 

제이슨 베이트먼은 특유의 서글서글한 인상에 재미있는 목소리로 감칠맛을 더하고, 말해 뭐할까 싶은 레이첼 맥아담스는 그녀만의 사랑스러움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이외 카일 챈들러나 제시 플레먼스 등 배우들이 분발하는 영화.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감독이 보인다.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감독이 엄청 열심히 노력해서 찍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듦. 영화의 편집 스타일이나 촬영 스타일이 그저 그렇게 뻔한 액션 코미디처럼만 흘러가진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최근 필모그래피 확인해보니 이 감독들 무려 새롭게 리부트 되는 바로 그 <던전 & 드래곤> 신작의 연출을 맡고 있잖아? 최근에 공개된 예고편 재미있던데 왠지 벌써 기대된다.